인지과학
저자소개
이정모 - 한국 인지과학 전문가
저자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고, 퀸즈 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심여대 및 고려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및 인지과학협동과정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 밖의 저서로는 『'인지심리학 : 형성사, 개념적 기초, 조망』, 『인지심리학』, 『자기와 자기실현』, 『인지심리학의 제문제 2』, 『언어심리학』 등이 있다.
1. 인지과학의 정의와 패러다임
지의 본질과 구현을 연구하는 종합학문인 인지과학은 고전적 정보처리의 여섯 가지 패러다임을 배경으로, 보다 넓은 폭의 영역들을 추가할 것이다.
인지과학은 인간, 동물 및 기계에서 나타나는 지의 본질과 인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인 각종 인공물에서 이러한 지가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연구하는 종합 과학적 학문이다. 인지과학 형성은 개념 체계와 방법론의 조화를 찾으려는 노력의 결산이었다. 인지과학은 여러 관련 학문의 개념 체계와 방법론을 종합하고 결합시킴으로써 개념 체계와 방법론의 조화를 찾았다. 이를 통해 인지과학은 보다 넓은 폭의 설명 영역을 가진 종합 과학으로 대두되었다.
인지과학의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심리적 사건은 정보적 사건으로 정보와 정보처리의 조작의 둘로 분해, 기술할 수 있다. 정보란 세상에 대한 것이고 의미가 있고 지향적이며, 그 정보를 처리하는 체계란 환경에의 적응과 같은 어떤 목적에서 정보를 처리한다. 둘째, 정보처리 과정은 표상적이다. 세상의 대상들 자체를 조작하거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상징으로 표상화하여 정보를 처리한다. 셋째, 정보처리 과정은 통상적으로 정형적, 형식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넷째, 이러한 정보처리 과정과 상징구조는 어떠한 물리적 매체로 구현되어야 가능하나, 그 하드웨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섯째, 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반복적 분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여섯째, 정보처리체계에 대한 기술과 설명은 계산 수준의 설명이 중심이어야 한다. 이처럼 인지과학이 인간의 마음, 뇌, 그리고 컴퓨터를 정보처리체계로 보는 관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인지과학의 패러다임적 특성은 고전적 정보처리의 바탕 중심을 수정할 것이다. 거기에 신경망적 연결주의, 인지신경과학, 진화심리학, 사회 문화적 요인, 신체가 통합된 체화적 인지 등이 추가될 것이다.
2. 인지과학이 접근하는 영역들
인지과학은 철학, 뇌, 인공지능, 학습과 기억, 언어, 사고 등 여러 분야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인지과학은 철학에 자극이 되고, 철학은 인지과학을 돕는 학문이 될 수 있다. 철학은 인지과학의 물음들을 일관성 있는 양식으로 정의하며, 상이한 인지과학 영역들의 연구를 적절히 통합한다. 그리고 철학은 경험과학과의 연계가 없어진다면 아무런 쓸모없는 학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인지과학에서 마음의 문제는 신경과학적 설명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설명을 요한다. 마음이라는 다원적 차원을 지닌 현상의 설명에는 다원적 접근, 다원적 기술과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러 인지 과정 중 그 인지의 의미-추상 수준에 따라서, 신경과학적 접근과 인지 과학적 접근의 설명 비중이 서로 다를 것이다.
사이버물리 시스템의 시대가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이들이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지능적인 인공물, 지능적인 인간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원리가 도출되어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인지공학 및 인지과학이 연결되어서 찾아내야 할 과제다. 즉 인간과 인공지능 시스템 기반 인공물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작업들이 인지과학을 매개로 하여 앞으로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인지과학에서 학습과 기억의 연구는 인지 현상의 본질의 탐구에 필수 불가결하다. 학습은 환경과 인지의 관계를 구성해주며 기억은 지식과 행동의 관계를 연계시켜 준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인지과학의 발전은 학습과 기억의 신경적 기반을 밝히고, 학습과 기억에 대한 보다 설득력 있고, 포괄적인 이론을 제시해야 한다.
한편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언어의 역할을 분석 탐구하는 연구 시도는 언어의 인지과학적 연구의 조망을 넓히는 바람직한 시도다. 언어란 본질적으로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되고 사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의 통사적, 의미적, 화용적 특성 형성과 활용을 탐색하는 이러한 시도는 문화와 언어의 관계를 탐색하는 연구 및 진화와 언어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면 언어에 대한 인지과학적 연구를 한 걸음 더 진전될 것이다. 또한 인지과학은 인간의 감정은 비합리적이지만 이성은 합리적이라는 사회과학적 통념을 무너뜨렸다. 즉 인간 이 논리적 합리성 원리를 따른다기보다는 휴리스틱스적 실용적 합리성을 추구함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인지과학은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관점을 재구성하게 되는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3. 인지과학의 목표와 미래
21세기의 핵심 학문이 될 인지과학은 다양한 학문들과 경계 없이 상호작용을 할 때, 개개인이 인지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내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인간 진화의 일차적 핵심은 뇌, 인지기능 활용의 진화다. 물론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진화다. 현대에 이르러서, 그리고 미래에서 과학기술에 의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인공물이 만들어지기에 인간과 인공물의 공진화 현재 사회, 그리고 미래 사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공물과의 공진화를 통해서 인간 종 자체의 새로운 차원의 진화, 즉 신체적 진화가 아닌 심리적이고 인지적인 진화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인지과학이 지향하는 미래 세계는 개개인이 행위적, 심리적, 인지적으로 끊임없이 최상의 결과를 내게 하고 계속 학습하고 진화하게 하는 사회다. 이러한 사회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인지과학이 인공물을 지능적으로 잘 디자인할 때 이루어진다.
인지과학의 미래는 타 학문과의 연계성의 증대와 그 발전 속도의 빠름으로 인하여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지과학 연구의 전반적 흐름을 근거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인지과학이 다양한 학문들과 경계 없이 상호작용을 하여 자연적 마음, 인공적 마음의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 구성을 할 때, 21세기 과학의 핵심 학문이 될 것이다.
서평
수많은 학문들의 용광로, 인지과학
우리는 인지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을 두루 섭렵함으로써, 개별 분과 중심의 사고를 뛰어넘는 총체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경찰청이 지난 20일부터 시범운영중인 ‘화살표 3색 신호등’을 도입하면서 인지과학적 검토를 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신호체계가 방향과 색깔의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해 운전자들이 순간적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빨간색 좌회전 화살표는 ‘통과 금지’라는 빨간색의 문화적 의미와 좌회전 방향 지시 의미가 충돌한다. 그리고 3색 신호등은 화살표와 색깔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처리해야 해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자극의 수가 많아지면 반응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과 반응이 필요한 교통신호에는 적절하지 않다. (중략... 한겨레 2011. 04. 29)
인식이 수동적 차원의 좁은 의미라면, 인지는 보다 적극적 개념이다. 그리고 인지는 능동적인 심적 활동이다. 즉 사람의 두뇌와 마음, 인공물을 포함해 환경을 연결하는 지식 활용의 과정과 내용인 것이다. 이러한 인지를 다루는 인지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바로 『인지과학』이다.
『인지과학』은 종합과학으로서 인지과학을 총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철학, 심리학, 인공지능, 신경과학, 언어학 등 학제적으로 연결된 인지과학의 넓은 영역과 그 응용 현장을 모두 파악하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인지과학』은 인지과학이 인접 학문인 철학, 심리학, 인공지능, 신경과학, 언어학 등과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모두 아우른 보기 드문 역작이다.
학제적인 특징을 지닌 인지과학은 심리학, 인공지능학, 철학, 언어학, 인류학 등을 포괄하는 수렴 과학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인간의 이성은 합리적이다’는 절대 진리와도 같았던 과거의 통념도 허물어졌다.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 개념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이론을 제시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연결하여 제한적 합리성을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학문 분야를 개별 분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마음과 뇌, 몸, 환경이 통합돼 작용한다. 따라서 이를 다루는 인지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분과 중심의 사고를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학문만 해서는 안 되며, 다양한 학문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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